에스페란토 데 마소리스 Esperanto de Maso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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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애가 영어를 못하세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마소리스20 2015. 2. 20. 03:45

5년 전에 TV 또는 비디오물을 이용해서 외국어를 배우면 될 것이라고 블로그 포스팅을 몇차례 올렸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 실험하고 관찰한 내용에 대한 중간 점검의 의미로 글을 올립니다.

 

최초에 이 글을 쓴 지 벌써 5년이 되었네요.

 

 ㅇ "완벽한 유아영어 교재 - 곤돌랜드 마지" http://blog.daum.net/effortless/3053131
 ㅇ "좋은 유아영어 교재를 선택하는 기준" - http://blog.daum.net/effortless/3259965

 

우리 아들 놈 관찰 결과를 말씀드리죠. 우리 아들놈은 2012년 1월 현재 초딩 2년차 들어갑니다. 어느 절에 딸린 불교계 유치원 다니다가, 이사를 하면서 아파트 근처에 있는 '유치원 재벌급' 유치원장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고, 또 시간이 지나서 가까운 초등학교 다닙니다.

 

불교계 산하 유치원 다닐 때, 그러니까 6세때까지는 제가 에스페란토로 얘기하는 것을 무리없이 다 알아듣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문제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문제는 7세때 유치원을 옮기고 나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재벌(?)이 운영하는, 동네에서는 꽤 이름값을 하는 유치원이고 (경영을 이윤 높게 잘 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원어민 영어 선생 한명 쯤은 있습니다. 그 원어민 영어 선생이 문제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영어에 담쌓게 만든 장본인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유치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어의 알파벳 'A'자도 안보려고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우리 애가 바보도 아니고, 어딜 가나 영어,영어 하는 우리 사회에서 알파벳을 못 읽을 래야 못 읽을 수도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이는 알파벳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허거... 영어를 못하는 거, 내사 아무 상관 안합니다. 문제는 에스페란토도 로마자를 쓰는데, 에스페란토도 같이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원어민 선생의 쏼라쏼라가 문제가 아니라, 뭔가 소외감을 느꼈거나 핀잔을 받았거나, 혼났거나 아니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거나 하는 식의 문제였을 겁니다. 구체적인 원인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그 이후로는 그냥 영어/알파벳에 대해서는 담 쌓고 삽니다. 2학년이 되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되냐구요? 전혀 걱정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자기가 필요하면 배우겠죠. 배우려고 하기만 하면 못배울 것도 없을 테니까... 걱정이 하나도 안됩니다. 그래 그렇게 편하게 살아라.

 

애엄마는 좀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의도적으로 싸악... 무시하고 있습니다. "지가 알아서 배우겠지...!"

 

2학년이 되어도, 3학년이 되어도, 중학생이 되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다른 아이들과 격차가 아무리 벌어져도, 꿈쩍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배우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서 배우기 전까지는 "자기 팔자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놔둘 참입니다.

 

자기가 다른 애들과 격차가 벌어져서 괴롭다 싶으면, 스스로 찾아서 하겠죠.

 

수학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입에서, "수학은 너무 어려워?"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전혀 과외라는 걸 받아 본 적이 없는 우리 아들놈은 학교에서 수학시간이 괴로운가 봅니다. 내가 봐도 이상하게 왜 이런 문제도 못 풀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어떤 특정 패턴의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있습니다. 와이프가 어느날 심각하게 그 사실을 나한테 얘기하더라고요. 나의 답은... 이상하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놔둬요. 자기가 부족하면 찾아서 하겠지...!입니다. 와이프가 많이 서운했을 겁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자식교육에 관심이 없네...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2학년 되면, 진도가 더 나가고 다른 애들의 선행학습으로 차이가 더 벌어지겠죠. 학교에서 수학 못한다고 핀잔 받을 가능성도 있죠. 선행학습 아무리 해 봐야 다 소용없습니다. 그러므로 내 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다른 거 잘하면 돼잖아! 내 생각은 그렇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수학도 못하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수학을 못하는 기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100점 아니면 못한다니 말이 됩니까? 좀 틀릴 수도 있는 거지... 다 틀린 것도 아니고, 공부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뭐 어쨌다고 난리야...?

 

지가 알아서 필요하면 공부하겠죠?

 

유일한 내 관심사는 에스페란토 입니다. 아들놈한테 줄곧 에스페란토로만 의사소통하고 그 기조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데, 가면 갈 수록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들놈의 에스페란토는 영어를 거부한 그 즈음부터 줄곧 내리막입니다. 요즘은 아주 기본적인 것도 잘 못알아 듣습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지...? 그렇게 멀쩡하게 에스페란토를 잘 알아 듣는다고 느꼈는데... 왜 이렇게 되어 버렸지...?

 

아들놈이 에스페란토를 잘 알아들었던 것은 착각이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개념이 흐릿하기 때문에, 어떻게 얘기해도 대강의 추측과 주변 상황을 기초로 짐작해서 의사소통을 합니다. 어린 아이한테 복잡한 개념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정교하게 얘기할 일도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자라서 7살 정도만 되어도 스스로 우리말로 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초등학교 들어가면 친구/학교/책으로 부터 배우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학습을 모두 우리말로 하는 것이죠. 아이의 머릿속에는 이미 우리말로 구성된 저만의 세상이 있는데, 아버지인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라곤 고작 주말에 몇시간 밖에 안되니... 내가 에스페란토로, 아이의 우리말과 경쟁하는 것이 애초에 말이 안되는 겁니다.

 

내가 좀 일찍 퇴근도 하고 주말에도 계속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여유가 되면 또 모를까, 나랑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더이상 아이에게 에스페란토를 기대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지금 남은 희망은, 아이가 스스로의 학습능력으로 에스페란토를 찾아서 스스로 배우는 것입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역할은 아이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아이 스스로가 에스페란토를 원하게 할 만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게 성공하면 아마 아이는 에스페란토를 결국 습득하게 될 것이고, 그게 실패하면 아마도 더 머리가 굵어진 아이는 영원히 에스페란토를 배울 일이 없을 겁니다. 어떻게 되든간에, 나는 끝까지 아이에게는 에스페란토로만 하려고 할 테니, 아이와의 의사소통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아들 놈이 내 말을 못알아 들어 답답해도...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러면 안돼? 기억해 보면, 나도 아버지랑 얘기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 사이에는, 부자지간이라도 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외국으로 이민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소통이 안되는 장벽... 그 비슷하게 내 아들과 나 사이에 느끼고 있는 것이죠. 그것도 아이가 문제가 아니고, 내 고집 때문에...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장벽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에스페란토를 가르쳐 보겠다는 희망으로... 그냥 똥고집이죠.

 

이 모든 상황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1) 모든 학습이 다 그러하듯이, 외국어도 학습자가 하고 싶을 때만 학습이 일어납니다. 하고싶지 않아 하는데, 옆에서 아무리 떠밀어 봐야 소용없습니다.

(2) 하고 싶어 하기만 하면, 그 다음 부터는 '노출의 양'이 결정합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느냐가 결정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엄마표 영어로 성공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엄마도 영어를 해야 한다는...

 

만약 내 와이프가 아이에게 에스페란토로만 말했다면, 아마 아이는 지금쯤 매우 잘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엄마와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자연스런 학습이 안되면, 강제로라도 어떤 계기를 만들어서 할 텐데... 그건 뭐,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했던 것처럼, 시험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죠. 재미 없지만, 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효율이 매우 나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면, 하는 거죠.

 

난 우리 애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그거 말고도 하기 싫은 거 이미 많이 하고 있거든요.

 

지가 원하면, 뭐든 알아서 스스로 배울 수 있을 텐데, 굳이 하기 싫어하는 게 명백한데, 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찾아서 배우면 "천재아냐?" 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빠르게 학습합니다. 물론 그렇게 빠르게 배운다 해도, 천재 아닙니다. 모든 애들이 다 그러하니, 그냥 보통인 거죠. 천재가 되려면, 그런 놀라운 학습을 20년 정도는 계속 해 대야 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 집착하지 않겠지"라고 걱정스러운 정도가 되어야 천재죠. 그러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닙니다.

 

그냥 어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한 것도 얼마나 감사합니까?

 

제발 좀 애들을 놔두세요. 영어 좀 못하면 어때요.

 

하지만, 아이가 에스페란토를 잘 못 알아 들으면, 저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아주 괴롭습니다.

 

근자에 나한테 무기가 하나 생겼습니다. 하하!

 

우리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벌써 피아노 학원에 몇개월째 다니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제 피아노 실력이 아이보다 더 좋습니다. 나는 악보를 보고 연습을 하면 되는데, 아이는 새로운 악보를 잘 못 보거든요. 내가 치는 게 신기하고 그런 가 봅니다. 내가 열심히 연습한 곡을 귀담아 들어 뒀다가 나중에 자기도 쳐보고, 나름 열심히 연습한 후에, 나한테 자랑하는 게 그리 기분이 좋은 가 봅니다. 늦게 퇴근하면, 전화해서, 자기가 연습한 곡을 전화로 들려 주곤 합니다.

 

내가 피아노를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아이가 내 에스페란토에 고분고분 하겠구나 싶습니다. 물론 아이에게 건반을 어떻게 치는지 하는 것을 모두 에스페란토로 가르치죠. 내 말을 못알아 듣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내가 에스페란토로 잘 표현을 못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습니다만, 어쨌든 지가 피아노를 어떻게 치는 지 배우고 싶은 동안에는 내가 에스페란토로 얘기해도, 귀를 쫑긋하면서 거부감 없이 뭔가를 얻어내려고 합니다.

 

이때다 싶어서 에스페란토 자체를 가르치려고 들면... 아이는 금방 흥미를 잃어 버리고 맙니다. 당연한 것이죠.

 

어쨌든 내가 자기보다 피아노를 더 잘 치는 동안에는, 내 에스페란토에 대해서 별 거부감없이 나를 대할 것이라는 건 명백해 보입니다. 불행히도 이런 좋은 환경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년만 지나면 아이가 나보다 더 잘 치게 될 테니까... 그 다음엔 뭔가 다른 것을 찾아야 하겠죠.

 

별로 흥미가 없는데, 강제로 뭔가를 시키려고 드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면, 그냥 놔두세요.

 

그러다 영원히 영어를 못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예. 괜찮습니다. 대다수의 어른들이 영어에 담쌓고도 잘 살잖아요.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라고 물으시면, "억지로 가르치려고 해서, 아이 망치는 것보다는 더 책임감 있을 걸요!"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上善若水, 2012-01-20.

 

 

출처 : 上善若水 수련하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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